대회에서 자신을 추월하는 여성 주자를 쫓아가려다가 페이스를 놓쳐 낭패를 보는 남성 주자를 가끔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은 경기에 참가하여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심과 경기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는 승리 욕구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쟁심이 남성보다 낮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경쟁심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경쟁심과 승리 지향성이 높은 남성과 달리 여성은 경쟁에서 목표 지향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렇듯 사회학적 측면에서 보면 남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달리는 마라톤은 여성에게 더 적합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여성들이 신체적 불리함을 핑계로 마라톤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신체 특성을 봤을 때 남성들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지방 조직이 10% 정도 더 많고, 관절도 훨씬 느슨하며,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도 떨어진다. 골반이 커 부상을 입기도 더 쉬울 뿐만 아니라, 달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의 양도 훨씬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신체 특징들이 남성보다 여성이 달리기에 불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성에게는 남성 주자에게는 없는 몇 가지 장점들이 있다. 앞서 말한 목표 지향적인 특징 이외에도 여성 주자가 달리기 좋은 신체적 이유들이 남성과 여성을 주로에서 동등하게 만들어 준다.
남성의 평균 체지방은 체중의 15% 정도이고, 여성은 25%에 가까운데 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4∼5% 정도 낮게 나타난다. 이처럼 여성은 지방이 많기 때문에 뛰면서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면 훨씬 더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또한 지방이 많은 여성은 남성보다 저장된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마라톤에 사용하는 글리코겐을 체내에 저장하려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체중일 경우에는 10% 많은 지방만큼 에너지 효율도 여성이 10% 더 높게 나타난다. 이 같은 에너지 효율성의 차이는 풀코스 이상의 거리를 뛰는 울트라마라톤으로 갈수록 여성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극복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울트라마라톤에 여성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더 적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달리기만 놓고 따지면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다. 신체 부분으로 나눠 근력을 비교해 보면 상체 근력은 남성이 여성보다 무려 40∼50%나 발달되어 있지만, 하체의 근력 차이는 20∼35% 정도로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근육이 적은 여성은 달릴 때 남성보다 근육에서 나오는 열이 적기 때문에 땀도 덜 흘리고, 수분 손실도 적다.
여자라서 더 달려야 하는 이유
달리기로 얻는 이익도 여성 주자가 남성 주자보다 더 많다. 달리기를 하면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여성의 경우는 체중 조절뿐 아니라 몸매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이점이 하나 더 추가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근력이 적기 때문에 달리기를 해도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지 않아 탄력 있고 곡선미가 드러나는 몸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보다 골밀도가 낮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높다. 특히 폐경기에 이르면 뼈의 강도를 유지해 주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뼈 내의 칼슘 손실이 가속화된다. 에스트로겐의 또 다른 역할 중 하나는 심장을 보호하는 것이다. 폐경기의 여성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것도 바로 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폐경기 증상인 골다공증과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달리기만한 운동은 없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 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서 뼈가 단단해지고 관절이 강화되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폐경이나 생리 때 겪는 우울증, 두통, 불안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달리기를 통해 해소한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키며 스트레스를 푸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달리기를 하면 식욕이 늘어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으며,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와 무관하지 않다. 생리 중에는 달리기 효율이 감소하지만 글리코겐 저장과 지방 연소 능력은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구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출산을 할 때도 평소에 했던 달리기가 도움이 된다. 근육의 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에 임신 중 요통이나 비만, 임신 중독증을 예방할 수 있으며, 여성 주자의 경우 출산을 쉽게 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3개월, 후기 3개월을 제외하고는 임신 중 달리기는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태아에게 오히려 맑은 산소를 공급해 주고 지나치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여성이 달리기를 할 때 특별히 불편하거나 주의할 점은 없다. 사소한 신체적 차이로 스포츠 브라를 챙겨 입어야 한다거나, 좀더 안전한 주로를 택해서 달려야 한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남성 주자에게도 이 정도의 불편은 없지 않다. 여성이라서 힘들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벗는 순간 건강을 위한 주로가 앞에 펼쳐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출처 : 포커스마라톤/2005.07.29 / 이유정 기자/김영선 사 기자
남성보다 체지방률이 10% 정도 많은 여성 주자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에 울트라마라톤과 같은 장거리에 더 유리하다. 사진은 지난 6월에 열린 북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여성 러너.
여성은 남성보다 근력이 적기 때문에 달리기를 해도 근육이 튀어나오지 않아 탄력 있고 곡선미가 드러나는 몸매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