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서린 스위처…1967년, 마라톤서 ‘금녀(禁女)의 벽’ 허물다
이제 여성이 참여하지 못하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복싱, 축구, 역도, 이종 격투기…. 물론 마라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마라톤은 남성들만의 스포츠였다. 1960년대 미국에서 여성의 공식 최장거리 경주는 4km였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여성들의 생식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캐서린 스위처(Kathrine Switzer, 사진 가운데)가 남자들만 참가가 허용된 대회에 남자 이름으로 ‘부정 참가’를 한 뒤 완주한 것이었다.
사진은 당시 대회 임원이었던 조크 셈플(Jock Semple, 오른쪽 양복 입은 이)이 케이 브이 스위처(K. V. Switzer)라는 남자 이름으로 신청한 뒤 달리고 있던 그녀를 강제로 끌어내려고 하는 모습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인 톰 밀러(Tom Miller)의 도움으로 조크 셈플을 따돌리고 42.195km를 완주했다. 사진에서 캐서린 스위처의 왼쪽은 그녀가 속한 크로스컨트리 팀의 코치인 어니 브릭스(Arnie Briggs)로, 그녀를 끌어내려는 조크 셈플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전에도 메리 레퍼(Mary Lepper)와 바이올렛 퍼시(Violet Percy), 로버타 깁(Roberta Gibb) 등의 여성 주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마라톤을 완주했지만 캐서린 스위처만큼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특히 이 사진이 전 세계로 퍼져 여성 운동가들을 자극하면서 여성의 마라톤 참가는 현실이 되었다. 1972년에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여성의 기록이 공식 인정됐으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여성 마라톤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역시 여자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캐서린 스위처가 조크 셈플의 위협에도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였다.
출처 : 포커스마라톤 / 2006.03.13 /채승웅기자